경영경제이론

딥시크를 제번스의 역설로 볼 수 있는가

주삼부칠 2025. 3. 31. 21:00

(The Economist, Jan/30/2025) Tech tycoons have got the economics of AI wrong

 

경제 성장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도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미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1865년,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 William Stanley Jevons는 "석탄은 현대 물질문명의 원동력 Coal is the mainspring of modern material civilisation"이라고 썼다. 그러나 석탄은 유한하며 곧 고갈될 것이었다. 더 깊이 파내면 더 많은 석탄을 찾을 수는 있지만, 채굴 비용이 점점 증가하면서 영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지표면 가까이에서 석탄을 채굴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국에서 생산성을 높여 동일한 생산량을 위해 더 적은 석탄을 사용한다 해도, 영국을 구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될수록, 더 많은 석탄이 필요하게되어 결과적으로 영국의 석탄 매장량이 더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제번스는 결국 "영국은 원래의 보잘것없는 상태로 다시 축소될 것 Contract to her former littleness"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제번스의 역설 Jevons paradox, 즉 "효율성이 증가할수록 특정 자원의 사용량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한다"는 개념은 최근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저렴하고 효율적인 챗봇을 개발한 DeepSeek의 등장으로 인해, 강력하지만 전력 소모가 많은 미국 AI 모델이 위협받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제번스의 역설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이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며 결국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될 것이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

그는 해당 경제 원칙을 설명하는 위키피디아 링크까지 함께 공유하며 DeepSeek의 발전이 오히려 데이터센터, 엔비디아 칩, 그리고 AI 대기업들이 최근까지 재가동을 추진하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AI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가격이 떨어지면, 우리는 더 많은 판매량으로 이를 보충하면 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 논리는 다소 자기합리화적인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제번스의 역설은 실제로 존재하며, 여러 시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명 기술의 발전을 살펴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등불이 참기름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1와트당 약 0.06루멘의 빛을 생산했다고 계산했다. 반면, 현대의 LED 조명은 최대 110루멘을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 효율이 극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인류는 단순히 바빌로니아인과 같은 수준의 조명을 더 적은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대신 어두움을 완전히 몰아내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을 만큼 많은 침실 조명을 사용하거나,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처럼 112미터 높이의 거대한 LED 화면으로 이모지를 띄우는 등, 조명이 압도적으로 풍부해졌다.

조명이 이제 너무 싸고 풍부해진 나머지, 도시 조명이 하나의 환경 오염 문제로까지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더 효율적인 챗봇이 등장하면 AI는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중 일부는 조명 오염처럼 불쾌한 방향일 수도 있다.

DeepSeek의 AI 모델이 미국의 고성능 AI 모델들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도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데이터센터가 예상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도 기존 예상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 개념이 기술 대기업들에게 어느 정도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이 여전히 걱정해야 할 이유는 남아 있다. 제번스의 역설은 더 넓은 개념인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s"의 한 형태다.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s란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 자원이 실제로는 기대만큼 절약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리바운드 효과는 효율성 향상으로 인한 절약분을 완전히 상쇄할 만큼 크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덜 사용하려는 환경 연구자나 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연구한다. 석탄 고갈에 대한 우려는 석유 고갈 문제로 바뀌었고, 이후에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로 이어졌다.

때때로 리바운드 효과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연비 기준을 강화하면 미국 운전자들이 더 긴 거리를 주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단열이 잘된 집이 등장하면서 유럽에서는 창문의 크기가 더 커졌고, 이로 인해 단열 성능 향상으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일부 상쇄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시경제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산업에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면, 절약된 에너지가 다른 산업에서 사용될 수 있다.

제번스의 역설은 이러한 리바운드 효과들이 모두 합쳐졌을 때, 최초의 에너지 절약 효과보다 더 큰 소비 증가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상 매우 드물다.

나델라가 AI가 제번스의 역설이 적용되는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리바운드 효과의 전체 규모는 궁극적으로 수요 구조에 달려 있다. 만약 특정 재화가 다른 재화를 쉽게 대체할 수 있다면, 리바운드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만약 해당 재화가 사치재(소득이 증가할수록 더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는 재화)라면, 역시 리바운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크리스티나 페냐스코와 라우라 디아스 아나돈은 영국의 주택 단열 사례를 연구한 결과, 리바운드 효과가 부유한 가정보다 저소득 가정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부유한 가정은 이미 원하는 실내 온도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낙관적 전망을 제번스의 역설에 기반하는 것은 기술의 효율성이 아니라 수요 수준에 대한 베팅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AI 채택이 가격 때문에 제한되고 있다면, 효율성이 향상될수록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술적 발전이 비용 절감보다는 기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의료 산업에서처럼 챗봇과 같은 AI 기술이 점점 더 많은 지출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현재 AI를 사용하는 미국 기업은 5%에 불과하며,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는 기업도 7%에 그친다.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자신들의 사업과 무관하다고 여긴다.

1865년 제번스는 "석탄은 다른 상품들과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 위에 있다. 그것은 국가의 물질적 에너지이며, 보편적인 조력자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 요소다. 석탄이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거나 쉬워진다."라고 썼다.

그의 역설이 석탄에 적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석탄이 산업 경제의 근본적인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제공하는 AI 도구가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

나델라의 트윗이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분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팔지 마라." 그는 옳았을 수도 있지만, 그 이유가 제번스의 역설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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