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연 리포트

공포의 쓰나미, 글로벌 시장 덮쳐

주삼부칠 2024. 8. 3. 14:34

 

(Economist, 8/2/2023) 분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 보라. 겨우 2주 전만 해도 주식시장은 몇 달간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금은 자유낙하 중이다. 호황의 중심에 있던 테크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나스닥 100 지수는 7월 중순 정점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토픽스는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는데, 8월 2일 하루에만 6% 떨어졌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악의 하락이며, 8월 1일 3% 하락에 이어 2011년 이후 최악의 이틀 연속 하락세다. 다른 지역의 주가도 그만큼 심하진 않지만 타격을 받았고, 시장 전체에 공포가 퍼지고 있다. 월가의 '공포 지수'인 VIX 지수는 지난해 미국의 지역 은행 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개별 부문과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광란에 가깝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 공급망 기업들을 추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불과 몇 주 만에 20% 이상 폭락했다. 그 중 하나인 ARM은 시가총액의 40%가 증발했다. 이전 강세장의 총아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7월 30일부터 3일 동안 7% 하락, 13% 급등, 다시 7% 하락을 기록했다. 8월 2일에는 또 다른 칩메이커인 인텔의 가치가 하루 만에 25% 이상 폭락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국 은행주 지수인 KBW 지수는 며칠 사이에 8% 하락했고, 일본 은행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금마저 무너졌다... 전방위적 공포에 휩싸인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달려가는 피난처들만이 - 적어도 지금까지는 - 선방하고 있었다. 금, 일본 엔화, 미국 국채가 그것들이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8월 2일에는 금 가격마저 최고점에서 2% 이상 폭락했다. 금은 보통 지금과 같은 혼란 상황에서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 그런 금값이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곳의 마진콜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금을 마련하고자 매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추가적인 긴급 매각과 자기강화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첫째, 인공지능(AI)과 특히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가 비현실적으로 높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의 가장 큰 변동은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기술 기업이 주주들을 실망시킨 실적을 발표한 10일 동안 일어났다. 심지어 분석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한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하락했다. 예상에 못 미친 아마존의 주가는 훨씬 더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이런 전방위적 타격은 AI 관련 모든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전 열광이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버블 붕괴와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업계 직격탄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식어가는 것은 반도체 업계에 즉각적인 타격을 줬다. AI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 수요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최근 몇 주간 반도체 업계는 단순한 투자 심리 변화 이상의 위협에 직면했다.

7월 17일, 도널드 트럼프가 "대만이 중국에 대한 자체 방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반도체 주식들이 급락했다. 세계 최첨단 칩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TSMC가 대만에 기반을 두고 있어 중국의 침공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으로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추가로 제한할 계획이다. 수요 감소와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라는 이중 위협에 직면해 반도체 주식들이 폭락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기술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는 투자자들을 공포에 빠뜨린 두 번째 요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시장의 격언은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었다. 성장 둔화나 노동시장 약화 조짐은 오히려 자산 가격에 긍정적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고 연준이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2일 미국 고용 보고서가 발표될 즈음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 나쁜 소식은 그저 나쁜 소식일 뿐이다.

 

 

시장 혼돈의 3대 요인: AI 버블 붕괴,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엔화 강세

미국 7월 고용 보고서는 실업률이 3년 만에 최고치인 4.3%로 상승했고, 신규 일자리는 예상치 175,000개를 크게 밑도는 114,000개에 그쳤다. 이는 많은 이들이 피했다고 생각했던 경기 침체의 위험이 다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9월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베팅에 나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며칠 전 그런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고, 2년물 금리는 3.9%로 떨어져 4월 말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몇 주 전만 해도 이런 차입 비용 감소가 주식을 부양했을 테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저렴한 자금보다는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를 더 우려하는 듯하다.

시장을 휘젓는 세 번째 요인은 일본 엔화의 강세다. 최근 몇 주간 엔화는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다른 통화들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는 부분적으로 일본은행이 7월 31일 기습적으로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한 결정 때문이다. 엔화 강세는 히타치, 소니, 도요타 같은 일본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외화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자동으로 일본 주가를 떨어뜨린다.

일본 주식 하락의 일부는 이로 설명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엔화 약세와 초완화 통화정책에 연계된 인기 거래의 청산이다. 이 두 가지 조합으로 엔화로 저렴하게 빌려 달러로 바꾼 뒤 수익률 높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가능했다. 하지만 일본 금리는 오르고 미국 금리는 떨어지면서 이 거래의 매력이 사라졌다. 게다가 엔화의 급격한 강세로 달러 부채 상환 비용이 올라가 손실을 보게 됐다. 최근 몇 주간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고 다른 자산을 긴급 매각해야 했을 것이고, 이는 국내외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했다.

격동의 한 주가 끝나고 이제 첫 번째 질문은 혼돈 속에서 어떤 자산의 가격이 그에 크게 노출된 기관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크게 흔들렸는지다. 이런 관점에서 금 가격과 은행주 가격의 하락은 불길한 징조다. 다른 관련 질문은 다음 주가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다. 대형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달려있을 것이다. 최근의 흐름으로 볼 때, 전망은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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