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연 리포트

치폴레와 맥도날드에서 알 수 있는 소비둔화의 실체

주삼부칠 2024. 8. 1. 21:06

 

(Economist, July/31/2024)

 

What Chipotle and McDonald’s say about the consumer slowdown

 

Americans still want more than just the lowest price

 

슘페터의 집 근처 로스앤젤레스에는 미국인들이 재치있게 표현하듯 거의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패스트푸드점이 있다. 이 둘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인 미국 소비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는 치폴레 멕시칸 그릴이다. 이곳은 부리토와 치킨 볼로 유명한 구내식당 같은 레스토랑인데, 가장 저렴한 메뉴는 밥, 콩, 살사, 그리고 여러 가지 토핑이 들어간 치킨 볼로 가격이 10.60달러이다. 다른 하나는 햄버거의 본고장인 맥도날드이다. 가장 저렴한 세트 메뉴는 5달러이다. 여기에는 버거, 너겟, 감자튀김이 포함되어 있고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다행히 탄산음료로 씻어내야 한다.

소비자들이 높은 주거비와 공과금, 휘발유 가격에 직면하고, 저축은 줄어들며, 고용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세상에서 치폴레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메뉴가 더 비쌀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달 동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인기를 끌던 이 체인점은 틱톡 인플루언서들의 표적이 되었다. 그들은 치킨 볼에 포크를 찌르는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유명했던 넉넉한 양이 줄어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틀렸다. 7월 24일 실적 발표에서 치폴레의 CEO 브라이언 니콜은 일부 매장의 양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을 약속했다.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6월까지 사업은 호황이었다. 치폴레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나 증가했다. 니콜에 따르면 모든 소득 계층에서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반면 맥도날드는 상황이 달랐다.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는 저소득층 고객들이 작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기에 이 체인의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최근 선보인 5달러 세트 메뉴조차 아직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 두 체인의 상반된 운명은 미국 소비자들의 상태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다른 산업들도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미국 소비 성장이 멈췄다고 결론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둘째, 설령 그렇다 해도 기업들의 최선의 대응이 단순히 가격 인하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의 경제 지표와 분기별 실적은 첫 번째 요점을 답답할 정도로 (불)명확하게 보여준다. 7월 26일 발표된 미시간 대학 설문조사에 따르면 7월 소비자 심리는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며칠 뒤 기업 단체인 컨퍼런스 보드는 같은 달 소비자 신뢰도가 올랐다고 밝혔다. 

 

맥도날드처럼 코카콜라, 펩시코, 스타벅스 같은 식음료 대기업들도 최근 몇 달간 미국 시장의 약세를 언급했다. 세계 최대 주류 회사인 다이아지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팸퍼스 기저귀와 질레트 면도기 같은 생활용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거대 기업 P&G는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P&G의 CEO 존 뮬러는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다른 계층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미국 내 매출은 급증했지만,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LVMH의 매출은 그렇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당황하기보다 까다로워진 것 같다 Consumers appear more picky than panicky. 

 

생활비가 올라 외식 대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식당 물가가 마트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맥도날드 같은 곳도 예전만큼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독립 분석가 존 고든의 말에 따르면, 4월부터 패스트푸드점 최저임금이 16달러에서 20달러로 오르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에 많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외식할 때는 그 자체가 특별해서 돈을 더 쓰게 되는데, 이게 치폴레가 맥도날드보다 잘 나가는 이유일 수 있다.

시장조사 회사 서카나의 샐리 라이언스 와이어트는 집에 있는 사람들도 가끔은 특별한 것에 돈을 쓴다고 한다.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은 마트 자체 브랜드를 사거나 온라인 할인품을 찾고, 달러 스토어를 이용한다. 그래도 비싼 브랜드를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다. 특히 새로운 걸 내놓거나 외식보다 싼 옵션을 주는 브랜드들이 인기다.

 

 그녀는 이런 현상을 양분화라고 부른다 She calls this bifurcation.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외식을 덜 하니까 집에서 먹을 때 더 풍성하게 차린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요리의 밤'을 즐기며 비싼 파스타와 와인을 사는 식이다. 먹는 것 말고도 이런 경향이 보인다. 

 

미용 제품 같은 걸로 봤을 때, 이제 미용실이나 이발소에 갈 여유는 없어도 집에서 쓸 고급 제품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P&G 같은 브랜드 제품 회사들은 이런 추세를 활용해 멋진 새 그루밍 세트 같은 걸 팔고 있다. 원가는 올랐지만 비싼 가격으로 팔아 이익은 지키고 있다.

 

핵심은 Nuggets of truth

결론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돈이 빠듯하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들이 어려워지는 건 아니다.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여전히 잘 해낼 수 있다. 가격을 내리는 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거다. 중개회사 번스타인의 다닐로 가르줄로는 이렇게 말한다. 

 

"가격 인하는 끝없는 경쟁을 부를 수 있어요. 맥도날드가 가격을 내리면 버거킹도 따라 내리겠죠." 그러니 가격에 상관없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말로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가성비'를 제공하는 게 더 낫다. 이건 양도 질도 모두 고려하는 개념이다 Better to provide value for money, that hard-to-define concept that attracts customers whatever the price. It encompasses both quantity and quality.

예를 들어볼까. 슘페터가 최근에 먹은 두 번의 점심을 비교해보자. 치폴레에서 산 10.60달러짜리 치킨 볼은 맛있는 음식이 넘칠 정도로 많았다.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저녁거리로 집에 가져갔다. 한 끼 값으로 두 끼를 먹은 셈이다. 5달러짜리 맥도날드 세트는 생각보다 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짜서 절반은 그냥 버렸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4/07/31/what-chipotle-and-mcdonalds-say-about-the-consumer-slowdown

 

What Chipotle and McDonald’s say about the consumer slowdown

Americans still want more than just the lowest price

www.econom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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