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신문, 7/6/2024)
"시장 90%가 사라졌다" 후지필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한 전통기업
일본의 전통기업들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업 매각과 구조 조정을 통해 ‘잃어버린 30년’을 견디며, 새로운 기술과 인수합병(M&A)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를 지속하는 기업만이 미래로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사업 구조의 큰 전환이다.
후지필름 홀딩스(HD)는 주력 사업이었던 사진 필름 판매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받았다. 2000년을 정점으로 단 10년 만에 세계 시장의 90%가 사라졌다.
후지필름은 디스플레이용 소재와 의료 분야를 키워 나갔고, 2023년도에는 두 분야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문화와 체질을 가져야 한다.” 경영 개혁을 주도했던 고모리 시게타카 전 회장은 이를 강조해왔다.
TDK는 주력 수익원을 변경함으로써 전자 부품 대기업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1980년대에는 테이프, 2000년대에는 하드디스크 부품, 2010년대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는 라디오 카세트,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 시대의 변화를 앞서 나간 결과이다. 2023년도 영업이익의 약 90%는 배터리에서 나왔다.
올림푸스는 창립 시절의 사업과는 결별했다.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카메라에 이어 2023년에는 창업 이래 유지해 온 현미경 사업도 매각했다. 2024년까지 5년간 전체 직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약 6,000명이 줄었다. 확보한 자금으로 의료기기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세계 1위 내시경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0년 동안 2.4배로 증가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의 진화는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생산성 향상의 80%는 기존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새로 개발하거나 개선한 덕분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은 직원 고용 수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신흥 기업들의 활동보다 크다는 분석도 있다.
조사회사에 따르면, 2023년 일본 기업의 창립부터 파산까지의 평균 '수명'은 23년, '평균 연령'은 39년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시니어에 해당하는 나이까지 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연공서열, 관료주의, 대기업병. 기업 규모가 커지고 역사가 쌓일수록 시대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사회도 성숙하고 있다. 오래된 기업들이 변할 수 있는지가 일본이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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