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이론

Failure and Rescue

주삼부칠 2024. 7. 14. 14:53

 

 

이 겨울에 우리 병원에 온 환자 한 분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C 할머니는 87세로 독일 출신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는데, 갑자기 왼쪽 눈의 시력을 잃어서 응급실에 오셨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할머니가 시어스 백화점 재무부서에서 일하고 계셨다는 점이 할머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할머니는 평생 일하셨다. 가족이 나치 독일을 떠났을 때, 간신히 강제수용소를 피했지만 일본 점령하 중국의 상하이 유대인 게토로 이주된 2만 명의 유대인 난민 중 한 명이 되셨다. 십대 소녀였던 할머니는 그곳에서 8년을 보내며 가족이 살아남는 것을 도왔다. 1945년 9월 해방될 때까지 말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미국에 입국한 뒤엔 재봉사로 일했다. 보스턴 외곽 체스트넛힐의 블루밍데일스에서 수석 재봉사까지 올랐다. 23세에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고 44세에 남편과 사별했다. 할머니 본인은 놀랍도록 건강하셨다.

 

87세에도 할머니는 매사추세츠주 노우드의 2층 아파트에서 혼자 사셨다. 혼다 시빅을 몰고 다니며 장보고 요리도 직접 하셨다. 여전히 일도 하셨다. 주 3일 반은 시어스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평일엔 뉴잉글랜드 시나이 재활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셨다.

 

시어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왼쪽 눈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변했다. 3분 후 다시 돌아왔다.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지만, 다음날 같은 일이 또 일어났고 이번엔 시야가 돌아오지 않았다. 주치의가 우리 응급실로 보냈고, 목의 경동맥이 심하게 막혀 뇌졸중이 온 것으로 의심됐다. 급히 수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야 했다. 할머니는 수술에 동의하기 전에 깊이 고민하셨다. 위험과 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두려우셨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두려우셨다. 자립적으로 살면서 일하고 뭔가 기여하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걸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행동하는 것이었다.

 

수술은 놀랍도록 잘 됐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수술 후 허약해지셨지만 다음날 식사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괜찮아 보이셨다. 그 다음날엔 퇴원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변비 때문에 메스껍고 불편하다고 호소하셨다. 의료진이 설사제를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배만 더 아파하셨다.

 

젊은 레지던트가 할머니를 보더니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사실 이건 변비가 아니라 이상한 합병증으로 인한 재앙이었다. 위가 꼬여 가슴 쪽으로 올라가 갇혀버린 것이다. 이를 '위염전'이라고 한다. 더 나쁜 건 위 내벽에 궤양이 생겨 가슴으로 터진 것 같았다. 이는 누구에게나 치명적이지만 87세 노인에겐 더욱 그렇다. 교과서에 따르면 사망률이 80%에 이른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살아남으셨다. 사실 일주일 만에 아들과 함께 퇴원하셨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어떤 삶을 살든 말이다.

의대 졸업을 앞두고 나는 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외과 의사들, 특히 그들의 능력에 매료되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이 손-눈 협응력과 미세 운동 제어 같은 육체적 기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레지던트 과정에서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육체적 기술을 익히는 건 중요하고 시간도 걸리지만, C 할머니가 재봉사로 익힌 기술보다 더 어렵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본 최고의 외과 의사들의 핵심 기술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그들은 판단력, 팀워크 능력,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길렀다. 이런 점에서 외과 의사의 삶은 교육자, 공무원, 사업가 등 다른 직업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모두 어떤 길을 가든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즉 우리 모두 실패의 위험에 직면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이런 핵심 능력들 - 판단력, 팀워크, 책임 수용 - 을 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졸업식 연설에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충고한다. 위험을 감수하라, 실패할 각오를 하라고. 하지만 이건 늘 의아했다. "난 위험을 즐긴다"가 좌우명인 외과 의사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우리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 가능성이 있어도 어려운 목표를 향해 노력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하느냐다. 수술 후 사망률을 줄이는 핵심은 전문화, 더 나은 계획, 기술을 통해 문제 발생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도입하는 거였다.

 

이는 이 분야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얼마 전만 해도 수술은 너무 위험해서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됐다. 많은 환자들이 수술 후 심각한 감염, 출혈, 그리고 우리가 완곡하게 "합병증"이라 부르는 치명적인 문제들을 겪었다. 이제 수술은 너무나 안전하고 일상적이어서 대부분 당일 수술로 끝난다 - 수술 직후 집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병원마다 치료 결과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여전히 다른 곳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다. 그 이유를 묻는 흥미로운 연구가 시작됐다.

 

미시간 대학 연구원들이 최근 그 답을 발견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나는 최고의 병원들이 위험을 더 잘 통제하고 최소화한다고 생각했다 - 문제가 생기는 걸 더 잘 막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다른 곳과 거의 같았다. 대신 그들이 정말 뛰어난 건 합병증이 생겼을 때 환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실패가 재앙이 되는 걸 막는 거였다.

 

What they proved to be really great at was rescuing people when they had a complication, preventing failures from becoming a catastrophe.

 

과학자들은 수술 중 뭔가 잘못됐을 때 - 감염이든 위의 이상한 꼬임이든 - 발생하는 사망에 새 이름을 붙였다. '구조 실패 failure to rescue'라고 부른다. 이게 바로 위대한 병원과 평범한 병원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였다. 그들은 덜 실패하지 않았다. 더 많이 구조했다.

 

이게 실제로 인간과 사회의 발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위험 관리 risk management '라는 말을 많이 한다 - 좋은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위험은 필요하다. 일은 잘못될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가능성에 더 잘 대비하고, 피해를 제한하고, 때로는 실패에서 성공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일이 잘못됐을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주요 함정, 즉 구조에 실패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잘못된 계획을 선택하거나, 부적절한 계획을 세우거나,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요리하다 실수로 기름 냄비에 불이 붙었다고 하자. 거기에 휘발유를 붓는 건 완전히 잘못된 계획이다. 불을 입으로 불어 끄려는 건 부적절한 계획이다. 그리고 "불? 무슨 불?"하며 무시하는 건 아예 계획이 없는 거다.

 

2년 전 멕시코만 BP 기름 유출 사고에선 이 모든 요소가 작용해 11명이 사망하고 3개월 동안 500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됐다. 공식 조사에 따르면 시추관에 문제가 있고 설계가 잘못됐다는 조짐이 일찍부터 있었지만 관련 회사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4월 20일 저녁, 일상적인 유정 테스트 중 시추선 승무원들이 시추관 압력에 심각한 이상을 감지했다. 그들은 지켜보며 더 많은 측정을 했고, 그 결과 '킥' - 감지되지 않은 압력 증가 - 의 신호인 여러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 2시간 동안 아무런 행동 계획이 없었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했을 때, 그런 압력을 견딜 수 없는 장비로 유체를 보냈다. 킥이 분출로 확대됐고 진흙-가스 혼합물이 폭발했다. 그때서야 비상 대원들이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12분 동안 아무도 시추선을 포기하라는 일반 경보를 울리지 않았고, 이는 두 번째 폭발로 11명의 생명을 잃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내가 말했듯이 온갖 종류의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 거였다.

 

이런 일은 국가 정책에서도 볼 수 있다. 모든 정책은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이나 우리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일이 예상대로 안 돌아간다는 걸 인정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가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최선의 희망과 의도가 잘못됐다는 걸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 그래야 방향을 바꾸고 조정할 여지가 더 많아진다. 구해낼 기회도 더 많아진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새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보통 가장 어렵다. 우리에겐 자신감이라는 문제가 있다. 위험을 감수하려면 자신을 믿어야 한다. 수술에선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찍 배운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다. 당신의 지식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과학도 절대 확실하지 않다. 당신의 기술도 결코 틀림없지 않다. 그래도 행동해야 한다. 두려움에 마비돼선 안 된다.

 

하지만 실패에 눈 감아선 안 된다. 오히려 그걸 준비해야 한다. 이상하게도 그래야만 성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C 할머니의 복통이 재앙이 됐을 때, 내 동료들은 준비돼 있었다. 물론 할머니의 위가 너무 꽉 조인 풍선처럼 꼬일 거란 특이한 생각까진 준비 안 했다. 실제로 수술 레지던트가 C 할머니 담당 외과의에게 진찰했을 때 배 느낌이 이상하다고 걱정했더니, 외과의는 너무 걱정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바로 전날까지 잘 지냈다. 게다가 목 수술 후에 배에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심각한 배 문제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외과의는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할 만큼 겸손했다. 문제가 어떻게 닥칠지 정말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는 귀 기울였다. 레지던트에게 스캔을 하도록 허락했다. 팀은 빨리 진행되게 했다. 스캔에서 이상한 꼬임이 보이자 아무도 무시하지 않았다. 즉시 다른 외과의의 도움을 받았다. 두 시간 안에 할머니를 수술대에 올렸다.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고 뭘 해야 할지 알아내느라 한동안 헤맸다. 잠시 내시경만 써서 짧게 끝내고 큰 수술은 피하길 바랐다. 그건 부족한 계획이었을 거다. 어쩌면 완전히 잘못된 계획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최악의 실수는 피했다. 아예 계획이 없는 게 최악이었다. 그들은 충분히 일찍 행동해서 시행착오할 시간을 벌었다. 이 재앙을 헤쳐 나갈 모든 단계를 알아낼 시간을 말이다. 그들은 할머니와 자신들에게 실패에서 성공을 구해낼 기회를 줬다.

 

며칠 전 C 할머니와 통화했는데, 할머니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 이제 아들과 같이 산다. 지난 4월에 88살이 됐다. 왼쪽 눈 시력을 잃어서 더는 일하거나 운전을 못 하는데, 둘 다 많이 그립다고 했다.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다. 남에게 의지하는 걸 싫어하신다. 차 태워달라는 것조차 말이다. 하지만 그 외엔 자기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가족, 특히 손주들과 시간 보내는 걸 즐기신다. 다시 봉사할 방법도 찾고 계신다. "인생이 완벽하진 않지만, 좋아요"라고 하셨다.

 

여러분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가면서 기회를 잡을 거다. 연애든, 일자리든, 새로운 공부든 말이다. 큰 희망을 품겠지만 항상 잘 풀리진 않을 거다.

 

You will have great hopes. But things won’t always go right.

 

여러분들은 앞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도 겪을 거다. 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실패가 꼭 실패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일이 잘못됐을 때 인정할 건가? 바로잡으려 노력할 건가?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구해내는 능력에 달렸다는 걸 알게 될 거다.

 

You will take risks, and you will have failures. But it’s what happens afterward that is defining. A failure often does not have to be a failure at all. However, you have to be ready for it—will you admit when things go wrong? Will you take steps to set them right?—because the difference between triumph and defeat, you’ll find, isn’t about willingness to take risks. It’s about mastery of rescue.


https://www.newyorker.com/news/news-desk/failure-and-rescue

 

Failure and Rescue

 

www.newyork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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