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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경우에도 영감은 있다

주삼부칠 2024. 9. 1. 21:28

패널:
작곡가님은 같이 작업한 작사 분들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그럼 작곡가님이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 정말 이 사람은 작사를 참 잘한다고 생각한 작사가는 누가 있을까요?

 

김형석: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한 적이 한 번이 있는데... 박주연 작사가 아니고 혹시 아시나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 너무 너무 좋은 작사가신데 보통 이제 곡을 먼저 쓰고 작사를 맡기거든요.

 

근데 이제 하루는 두꺼운 그 코스모스라는 천문학 책을 전체 물리학 책을 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이게 아시다시피 우주에 관련된 거잖아요. 태양이 지름이 뭐고 막 행성이 어떻고 해서 누나한테 그 책을 어려운데 그 책을 왜 보세요 그랬더니

 

누나가 이제 책 머리에 있는 한 줄 때문에 본다는 거예요.

"끝도 없이 넓은 우주에 정말 티끌만한 푸른 지구, 그리고 같은 시간에 사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한줄 때문에 그 책을 산 거래요.

책은 내용은 서정적이진 않죠. 물리학적이니까, 전체 물리학이니까. 근데 누나가 이제 가사를 먼저 보내온 거예요. 그게 성시경의 "외워두세요"라는 가사인데, 그 가사 내용에 이제 "달의 뒤편 또 사라졌던 별 다시 또 태어날 때쯤"... 천체 물리학 책을 본 느낌의 이야기를 정서적으로 누나가 가사로 풀어낸 거예요.

아 그때 이제 알았죠. 영감이라는 것은 내가 그걸 캐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구나. 어떠한 경우도 영감은 있구나. 보통 곡 쓸 때 영감이 안 떠올라 고민하잖아요. 근데 그게 더 내 잘못이구나. 그래서 항상 촉수를 이렇게 열어놔야 되는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천재가 아니라서 계속 그 노력을 하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uR-B6aL35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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