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뛰기 성행위 상징?
그네뛰기와 별신굿, 가면극 등 민속문화 속의 성과 사랑은 성의 해방이나 위선적인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 민중의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표현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천민속학회(회장 한양명 안동대 교수)는 지난 18~19일 민속문화 속에 녹아 있는 성 관련 상징성을 분석하는 ‘민속문화 속의 성과 사랑’이란 주제의 제14회 전국학술대회를 열었다.
남성진 안동대 교수는 “그네 타는 ‘현장’과 그네타기 ‘운동’의 성 상징성”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그네뛰기가 남녀의 성행위를 상징적으로 담은 놀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남녀가 모여든 그네타는 현장은 사랑이 싹 트는 장소이자 성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유희장”이라며 “남녀 성행위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네타기 운동을 통해 성 해방과 성적 본능의 발산, 사회적 시위를 했다”고 밝혔다.
남교수는 각종 문헌 자료와 풍속화, 해외 사례의 분석을 통해 그네놀이는 ‘뛰고 노는 것’이 아니라 ‘타고 노는 것’ ‘타고 구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네틀을 형성하는 두 개의 통나무 기둥은 남자의 다리를 상징하며, 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여성의 그네타기는 성행위를 상징한다는 것.
실제 ‘한림별곡’, 신흠의 ‘상촌집’, 이색의 ‘추천’, 민요와 풍속화 등에서는 그네타기가 성행위 상징의 하나로 등장한다.
남교수는 “그네타기가 담고 있는 성 상징성은 인도 등 해외에서도 드러난다”며 “여성이 굵은 밧줄을 양손에 쥐고 땀을 빼는 그네타기는 여성에게 ‘성 풀이’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촌락 공동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별신굿에서도 성은 중요한 요소다. 조정현 안동대 교수는 ‘별신굿에 나타난 성과 사랑’에서 별신굿은 각종 민속예술과 놀이, 도박, 매춘까지 성행한 축제적 시·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회별신굿탈놀이·개성 덕물산 도당굿·동해안 별신굿·봉산탈춤 등의 분석을 통해 별신굿은 남녀의 왕성한 성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 이 성적 에너지가 신명풀이로 전환되고, 억제된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문화적 장치로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가면극에 나타난 기층집단의 성에 대한 의식과 상징성’을 발표한 정형호 중앙대 교수는 비속한 언어나 대담한 몸짓을 통해 노골적으로 성을 표현하는 가면극에서 성은 지배층에 대한 저항이나 풍요의 기원, 성 해방의 추구 수단 등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즉 동래들놀음에서 말뚝이는 양반의 성에 대한 폐쇄성·허위의식을 노출시키며, 양주별산대놀이 등에서 할아버지·할머니의 성적능력에 대한 강한 욕구는 신분·나이를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일탈적인 대담한 표현은 억압적·폐쇄적인 성에 대한 해방을 의미한다.
정교수는 “가면극의 개방적 성은 현대의 상업적 의도에 의해 이뤄지는 자극적·감각적 성이나 은밀하게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성의 개방화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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