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기업들/인텔

삼성도 인텔과 같은 실패 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

주삼부칠 2024. 8. 3. 14:24

(Economist, 4/13/2023) 삼성, 반도체 신화의 추락... 1983년 '도쿄선언'의 영광은 어디로?

1983년, 일본과 미국이 지배하던 실리콘 칩 시장에 삼성이 뛰어들었다.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은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우리에겐 석유는 없지만, 교육받고 근면한 인력이 있다"는 그의 말은 반도체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제프리 케인의 저서 '삼성 라이징'에 따르면, 이후 삼성 임원들은 서울에서 산을 넘는 밤샘 행군을 했다. 그들은 6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지어진 첫 반도체 공장에 도착해 아침도 거르고 성공을 맹세했다. 그리고 잠도 자지 않은 채 16시간 근무에 돌입했다.

'무모한 도전'이라 불릴 법한 이 결단은 삼성을 글로벌 메모리 칩 시장의 제왕으로 만들었다. 30년 넘게 컴퓨터용 DRAM, 20년 넘게 휴대폰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메모리 칩 시장은 폭풍의 한가운데 놓였다. 품귀 현상에서 시작해 과잉 투자로 이어졌고, 이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

4월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전망을 발표하며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메모리 칩 생산을 줄이겠다." 시장 과포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한때 '반도체 제국'을 꿈꾸던 삼성의 추락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1983년 '도쿄선언'의 영광은 어디로 갔나? 40년 만에 삼성은 또 다른 '행군'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삼성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반도체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삼성의 운명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르는 중대한 시기, 그들의 다음 행보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독주, 이제는 '안주'인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충격적 반전

메모리 칩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는 오랫동안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업계 전문가 말콤 펜은 "시장 불황 속에서도 삼성은 늘 '마지막 생존자'였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24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거대한 규모는 경쟁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현금줄 역할을 하며 불황기 투자를 뒷받침했다. 경쟁사들이 고전할 때마다 삼성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2000년대 십여 개에 달하던 대형 경쟁사들은 이제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단 두 곳만 남았다. 삼성은 40% 이상의 글로벌 매출 점유율로 아늑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의 행보에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 오랫동안 생산 감축을 거부하던 삼성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몇 달 전 생산 감축을 선언한 후의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시장의 반응이었다. 삼성뿐 아니라 경쟁사들의 주가까지 급등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리더의 항복이 불황의 바닥을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삼성이 메모리 삼두마차의 최정상에서 너무 편안해진 나머지, 더 이상 경쟁사의 시장을 빼앗을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안주 신호이기도 하다.

한때 '무모한 도전'으로 신화를 만들어낸 삼성이 이제는 '안전한 1위'에 만족하고 있는 걸까? 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다면 이런 안일함에 얼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삼성의 이 예상치 못한 행보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전환점, 삼성의 다음 움직임이 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삼성 반도체, '안일한 1위'의 함정에 빠졌나... 혁신 둔화에 업계 경종

지난해 11월, 삼성의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서 안일함의 조짐이 드러났다. 한진만 메모리 영업 담당은 "메모리 칩이 때로 원자재처럼 취급되며 가격이 변동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지난 10년간 자본 지출이 안정화됐고, DRAM 3사의 투자가 합리화됐으며, 시장이 더 균형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이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뺏기보다는 2035년까지 3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DRAM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에 안주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병철 회장의 도전 정신과는 거리가 먼 자족감은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구는 "삼성이 DRAM과 낸드 제조 기술에서 혁신의 날을 일부 잃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생존을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될 때 안일해진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안주 심리는 2010년대 후반 인텔이 대만 TSMC와 삼성에 첨단 '로직' 칩 분야에서 밀리며 왕좌에서 내려온 사례와 유사하다.

삼성의 '2030년까지 로직 프로세서 위탁 생산 1위 달성' 목표도 궤도에 오르지 못한 듯하다. 비메모리 칩은 5750억 달러 규모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문이자, 국가 안보 이익을 위해 많은 정부가 지원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다.

지난달 한국 정부가 서울 근교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의 이러한 안일함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반도체 제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전환점에서, 삼성은 과연 혁신의 DNA를 되살릴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안전한 1위'에 안주하다가는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때 '무모한 도전'으로 신화를 만들어낸 삼성.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또 다른 '도쿄선언'일지도 모른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삼성의 다음 행보가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왕국'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시기, 그들의 혁신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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