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8/2/2024) What is going wrong for Intel?
인텔, 30년 만에 배당 중단... CEO "비용 높고 마진 낮다" 자성의 목소리
8월 1일, 인텔이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에 핵폭탄을 던졌다. 반도체 거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고, 2023년 같은 기간 15억 달러 흑자에서 16억 달러 적자로 급전직하했다.
팻 겔싱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의 비용은 너무 높고, 마진은 너무 낮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인텔은 1만5천 명의 대규모 감원과 함께,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이어온 배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충격적인 소식에 주가는 무려 30% 가까이 폭락했다.
겔싱어 CEO는 취임 이후 인텔의 옛 영광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고, 반도체 제조 본토 회귀를 노리는 바이든 행정부도 인텔을 국가 챔피언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실적은 인텔이 엔비디아와 TSMC 같은 경쟁자들에 얼마나 처참하게 뒤쳐져 있는지, 그리고 장기 투자 주기의 반도체 산업에서 따라잡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정부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승자를 골라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인텔의 몰락은 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때 독보적인 존재였던 거인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과연 인텔은 부활할 수 있을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의 왕" 인텔, 몰락의 연대기... AI 시대에 우왕좌왕
수십 년간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제왕이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 소프트웨어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윈텔' 동맹으로 PC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연이은 실수로 인텔의 왕좌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PC에 집착한 나머지 모바일폰 칩 수요 폭발을 놓쳤다. 경쟁사들이 대만의 TSMC 같은 파운드리에 제조를 맡기는 '팹리스' 모델로 전환할 때도, 인텔은 고집스레 자체 생산을 고수했다.
2010년대 중반, 잇따른 제조 실수로 프로세서 출시가 지연되면서 핵심 사업인 CPU 시장에서 AMD에 점유율을 꾸준히 뺏겼다. 결정적으로, 엔비디아가 장악한 급성장 중인 AI 특화 칩 시장에서도 인텔은 '존재감 제로'였다.
인텔의 백기투항? "고집 버리고 생존 모색"... AI 시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겔싱어 CEO의 대수술이 시작됐다. 2021년 2월 취임 직후, 그는 설계와 제조를 과감히 분리하는 혁명적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인텔의 오랜 자존심을 내려놓는 결단이었다. "우리 공장만 고집하지 않겠다", "다른 기업에도 문을 열겠다"는 선언이었다.
겔싱어의 야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30년까지 TSMC에 이은 세계 2위 파운드리로 도약하겠다"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텔은 지금 두 개의 전선에서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 AMD와 맞서는 팹리스 설계 싸움, 그리고 TSMC에 도전장을 내민 파운드리 전쟁이다.
첫 번째 전선에서 인텔의 처지는 참담하다. AI 칩 설계에서 '광년' 단위로 뒤처졌다는 평가다. 올해 AI 칩 매출 전망치는 고작 5억 달러. 반면 엔비디아는 분기당 200억 달러를 팔아치운다. 40배 차이다.
설상가상으로 AI 칩 시장의 승부는 단순 '칩' 그 이상이다. 엔비디아는 수백, 수천 개의 프로세서를 묶는 네트워킹 장비까지 판다. 게다가 CUDA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가트너의 앨런 프리스틀리는 "AI 투자 부족으로 인텔의 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파운드리 사업 확장이라는 두 번째 전선에서 인텔은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향후 5년간 무려 1000억 달러를 쏟아부어 미국 내 공장을 신설·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창의적인 방법도 동원했다. 브룩필드와 아폴로 같은 대형 투자사들을 끌어들여 각각 300억 달러, 1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정부로부터도 85억 달러 보조금과 최대 110억 달러 대출을 받아냈다.
인텔의 이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 성공할 수 있을까? AI 시대, 몰락한 반도체 제왕의 운명이 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업계의 눈과 귀가 인텔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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