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주식인가

미국 증시 예외주의는 다시 오지 않는다

주삼부칠 2025. 4. 26. 17:08

(Bloomberg, Apr/25/2025) America’s Market Exceptionalism Isn’t Coming Back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 America First' 경제 혁명은,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최후 America Last '로 빠르게 뒤바뀌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대거 매도하면서, 최근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모두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 doom loop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미국 금융자산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이 같은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면, 장기 약세장과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을 거의 환호로 맞이했던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처음에는 단지 예정된 재정 긴축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성부(DOGE)가 연방 지출을 대대적으로 삭감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DOGE와 관세가 가져올 '경제적 치료 economic medicine'의 대가로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는 차입 비용이 낮게 유지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에, 충분히 관리 가능한 문제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히 미국의 성장 동력을 의심하는 것을 넘어, 세계 기축통화인 미 달러를 뒷받침하는 법치 체계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 국채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 만우절 다음 날 — 에 대규모 관세 부과가 발표된 이후, 결국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건 투자자들이었다.
 
경기 둔화로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단기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장기 금리는 18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했다.  
그리고 시장에서 측정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치솟고, 달러 가치는 급락하면서, 단순히 인플레이션 우려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미국 시장의 예외적 강세 US market exceptionalism는 이제 완전히 반전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의 세 기둥
 
이야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를 뒷받침했던 미국 예외주의의 세 가지 기둥은 ‘성장 Growth’, ‘유동성 Liquidity’, 그리고 ‘법치 rule of law’였다.
 
첫 번째로,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은 상대적으로 강한 생산성 성장을 이끌어냈다.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 Barry Eichengreen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유럽연합(EU)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GDP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미국 경제 성장에는 막대한 재정 부양책도 큰 역할을 했다. 이는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017년 세제개편법(TCJA)과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 부문에 대규모 금융 자산을 이전하면서, 이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그 결과 미국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7.6%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EU는 블록 차원의 지침에 제약을 받으며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재정 적자가 GDP 대비 3.2%에 불과했다.
 
이러한 재정 운용 차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이 15.3%의 누적 경제성장을 기록한 반면, EU는 8.4% 성장에 그친 배경을 설명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익 성장도 그에 따라 누적되었다. 2018년 초부터 2024년 말까지 S&P500 지수는 118% 상승한 반면, 유럽의 대응 지수인 Stoxx Euro 600은 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초과 수익은 단순히 높은 성장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답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본시장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번째 ‘유동성(liquidity)’ 기둥 덕분에, 미 국채와 미 달러는 위기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기능해왔으며, 국내외 투자자 모두에게 기본적인 투자처 역할을 해왔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적 민주주의 국가로, 건국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8세기 이상 이어져온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뿌리를 둔 계약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 예를 들어 중국과 달리, 미국 달러가 자유롭게 다른 외화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개인, 기업, 자산운용사 모두 원할 때, 또는 필요할 때 자유롭게 달러 자산을 사고팔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에 의해 자산을 몰수당하거나, 고율의 변덕스러운 세금에 노출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우선 America First' 정책 — 적어도 현재 방식으로 추진되는 형태는 — 법치에 대한 신뢰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초과 성과에 대한 믿음을 크게 훼손시켰다.
 
여전히 미국 자본시장의 깊이와 자유로운 자금 이동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이탈하면서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은 미국의 경제 정책이 예고 없이, 언제든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 관세는 단순히 그 수준이 높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어떤 경제적 논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줬다.
 
이는 미국과 거래하거나 미국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자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기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에도 공격을 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정당한 사유(cause)'를 들어 파월을 해임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후 국채 시장이 급락하자 트럼프는 이런 발언을 한발 물러섰지만, 이제 연준이 경제적 필요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Europe’s Comeback
 
미국 시장 예외주의 US market exceptionalism의 핵심 기둥이 '성장 Growth'이라면,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관세와 대규모 추방 정책은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리고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세제개편법(TCJA)을 재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실상 증세가 될 수 있다),
 
이를 감당할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다. 전쟁, 경기침체, 팬데믹 상황을 제외하면, 선진국 대형 경제가 이 정도 규모의 재정 적자를 기록한 사례는 없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지 않는다면, 현재 미국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채권 시장이 결국 반발할 것이다. 그런 경우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까지 치솟는 상황이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는 곧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성장 여력은 제약받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주요 금융 자본 경쟁국 중 하나의 성장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다. 재정 여력이 있는 유럽이 바로 그 대상이다.
 
유럽은 현재 관세 충격과 미국의 방위 공약 철회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경각심 속에 서둘러 5,000억 유로(약 5,69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기금을 조성하기로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독일 한 나라의 사례일 뿐이다. 더 많은 재정 지출은 유럽 전역에서 더 높은 성장률과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 정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나토 NATO 방위 공약의 재검토, 관세 정책의 잦은 변경,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 대외 원조 대부분의 중단, 대규모 외교 공관 폐쇄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조치는 극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언제, 어떤 수준으로 시행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것만으로도 금융시장에는 이미 과부하가 걸렸다. 그러나 특히 위험한 점은, 이러한 상황이 미국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손실을 안기고 있으며, 상당수 투자자들은 지금까지는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 압박으로 인해 결국 경기침체에 빠질지, 그 침체가 얼마나 깊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비극적인 것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이자 국제 파트너라는 인식이 훼손되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는 수년, 어쩌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은 'Sell America' 패닉과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는 거대한 충격과 함께 끝날 것이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