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5-01-03)
“패밀리레스토랑은 새로운 맛과 선진화된 서비스로 국내 외식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좌우명 중의 하나는 ‘일로영화(一路榮華)’. 한길로 나가면 영화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친구 부친이 결혼 선물로 준 휘호인데,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덕분에 그는 한길을 팠고 그렇게 성공했다. 오랫동안 호텔에서 일을 하고, 외국에 다니고, 웨이터 일부터 하면서 공력을 쌓은 결과이다.
그는 30세 이전에 매니저, 40세 이전에 임원, 45세 이전에 사장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목표를 이뤘다. 30세 이전에 롯데호텔 안에 있는 식당 페닌슐라의 최연소 매니저가 됐고, 40세 이전에 외식업체 TGI프라이데이스의 임원이 됐고, 45세 이전에 아웃백스테이크의 사장이 됐다. 그의 본래 꿈은 교수였다. 그는 현재 여러 학교에 강의도 나가니 교수의 꿈도 이룬 셈이다.
그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성실’ 한 가지 때문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몸에 붙은 성실이 아직도 붙어다닌다. 정사장은 오전 6시30분쯤 일어나 간단히 조깅으로 하루를 연다. 오전 8시30분경 출근해 온라인 홈페이지상의 게시판을 통해 들어온 고객의 소리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한 달에 1~2개씩 오픈하는 신규 매장을 돌아보기 위해 출장이나 현장 방문이 잦은 편이다.
스파게티, 피자, 다양한 샐러드 등 50여종의 요리는 거뜬히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정사장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물론 낯선 여행지에서도 맛집을 찾아 맛을 혀끝으로 녹여내고 그 특징을 잡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 패밀리레스토랑은 여러 부분에서 국내 외식업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향후 패밀리레스토랑은 국내 외식업계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패밀리레스토랑은 새로운 맛과 선진화된 서비스로 국내 외식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철저한 ‘고객중심주의’는 국내 외식업계에 큰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철저한 위생 시스템과 선진화된 고객만족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넘어서 감동을 선사해주는 역할을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젊은 인재들이 보다 큰 꿈을 가지고 일하며 도전할 수 있는 역동적인 산업현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교육 시스템 구축과 선진 인재관리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전문 외식 인재 양성에 더욱 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 대부분의 패밀리레스토랑은 각각 업계 1위라고 주장합니다. 업계 1위 자리란 업체로서는 매우 중요한 자리일 수 있습니다만, 그 기준은 매출, 매장수, 순이익, 브랜드 가치 등 다양할 듯합니다만.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발표되는 1위 자체에 연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액과 매장수, 브랜드 가치 등 외형적인 지표도 중요한 요인일 수 있으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얼마나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1위 기업이란 가장 많은 고객들이 가장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가지고 즐겨 찾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자리 창출, 사회 환원 활동 등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 또한 1등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외식업체는 각각 차별화와 우수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그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외식업의 생명은 대중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지닌 고객들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브랜드만의 고유한 개성이나 특징은 고객들에게 흥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일부 고객층에만 특화된 브랜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건 없는 차별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더욱 많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높은 질의 음식을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식업체에 있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고객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차별성’을 강조한다 해도 고객이 직접 먹어보고 공감하지 않으면 결국 거짓이 되어버립니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 새롭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나가는 것은 물론 바라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평가에 무엇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이를 겸손히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업체 자신의 원칙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들여 준비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유연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 외식업계의 가격 할인 경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매우 심화된 듯합니다. 당장 고객몰이는 될 터이지만 과연 품질 유지가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또 어차피 ‘제살 깎기’인데, 아무리 박리다매라곤 하지만 그 비용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불황으로 인해 많은 외식 업체들이 가격 할인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동안 패밀리레스토랑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이 책정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낮아지면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어 자연스레 고객의 수가 증가하게 됩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특정한 계층에 한정되어 있던 고객들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외식 소비가 활발한 젊은 층에 그쳤던 고객들이 가격 할인과 더불어 가족 단위로, 혹은 점심 식사를 즐기려는 직장인들로 확장되어 간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할인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비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내부관리 비용 등을 조절하지 못한 채 무리한 할인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품질 저하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할인 정책이라면 업체 내부의 조직 개편 및 내부비용 절감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인태 사장은… 한마디로 노력파 CEO다. 정사장의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한 그는 대학 입시에서 실패의 쓴맛을 본다. 그래서 2차로 들어간 곳이 경기대 관광경영학과이다. 지금이야 경쟁이 치열한 인기학과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별다른 전망은 없었다. 게다가 군대를 다녀온 사이 집안이 망해 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국집 ‘철가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등록은 할 수 있었다.
롯데호텔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면서 대학원에 다녔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하기 위해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웨이터에 지원을 했는데 그 방법만이 두 가지를 병행할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석사학위 소지자가 웨이터를 한다는 사실이 우연히 기사화되었고 이를 본 임원진의 배려로 일본 임페리얼호텔 연수를 가게 된다.
그의 원래 목표는 교수였다. 대학원 동기들은 거의 다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호텔에 다니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고 그는 목표를 수정했다. 그를 눈여겨본 TGI프라이데이스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오자 안정된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는 미국에서 6개월간 고된 훈련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식당에 대한 기본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지난 96년 아웃백의 제안을 받고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정리하기로 한다. 퇴직금 등을 합친 돈으로 아웃백과 합작 회사를 차리고 식당을 2개 오픈했는데 외환 위기가 닥쳤다. 식자재 원가의 상승, 높아진 금융비용, 신규 자금 조달의 어려움, 고객 감소, 매일 닥쳐오는 어음 만기…. 절체절명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틀어 놓고 울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억울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나를 믿어라. 반드시 살아남아 성공할 것”이라는 정사장 말에 그들은 1,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한다. 미팅은 30분 만에 끝났고 돈은 다음날 송금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기사회생한다.
■ 정인태 사장 약력
1955년 부산 출생 1982년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졸 1994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졸업 1981년 (주)호텔 롯데 입사 1992년 (주)아시안스타 T.G.I.Friday’s 영업이사 1996년 (주)오지정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대표이사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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