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기업들

나이키 이미지를 그저 그렇게 만든 사나이

주삼부칠 2024. 9. 14. 18:01

 

(Bloomberg, Sep/14/2024) The Man Who Made Nike Uncool

 

2021년 초, 나이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스니커즈 중 하나인 팬더 덩크 Panda Dunk를 출시했다. 이 신발은 1980년대에 등장했던 로우탑 농구화를 리바이벌한 흑백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구매한 사람들은 StockX와 같은 재판매 플랫폼에서 원가의 세 배인 최대 300달러에 판매했고, 그 가격은 세 배에 달했다.

 

나이키 본사가 위치한 오리건주 비버튼에서 이 신발의 공식 명칭은 좀 더 기술적인 Nike Dunk Low Retro이다. 경영진은 제품의 흐름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시점에 신발을 재입고했다. 이 전략은 제품이 꾸준히 시장에 공급되면서도 희소성을 유지하게 하는 나이키의 전형적인 전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요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곧 나이키는 새로운 팬더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고, 이 신발은 회사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틴에이저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신발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나이키의 CEO 존 도나호는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원한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것을 제공했다"며 지난해 회사의 매출이 50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처음에는 스니커즈 애호가들이 팬더 덩크를 사랑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이 신발은 끊임없이 조롱을 받기 시작했다. Complex 매거진은 팬더 덩크가 "스니커즈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신는 신발"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스니커즈 행사인 Got Sole에서는 2023년 최악의 신발로 팬더 덩크가 지목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TikTok에 게시된 영상에서 "이제 이 신발은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요약했다.

도나호는 스니커즈에 대한 이해는 적었지만 기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의 첫 2년은 성공적이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를 능숙하게 헤쳐나가면서 매출은 약 25% 증가했다. 도나호는 덩크, 에어포스 1, 에어조던 1 등 40여 년 전에 개발된 모델들을 수백 가지 색상으로 출시해 시장을 가득 채웠다. 이 신발들은 스포츠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용도로 제작되었으며, 나이키의 초창기부터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운동선수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신도록 만들어졌다. 도나호는 쏟아지는 수익을 보며 이에 매료되었다.

2020년 나이키의 이사회가 도나호를 CEO로 선택했을 때, 이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도나호는 나이키 역사상 두 번째 외부 출신 CEO였다. 첫 번째 외부 출신 CEO였던 윌리엄 페레스는 나이키의 공동 창립자 필 나이트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도나호는 Bain & Co.에서 비용 절감의 방법을 익혔으며, 나이키의 전자상거래 능력을 현대화하고 매장을 강화하고자 오레건으로 이끌려 왔다.도나호의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곧 문제를 드러냈다.

 

도나호가 빈 자리를 채운 것은 나이키의 주요 경쟁사들인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등이었다. 한편, 나이키 본사에서는 성능 중심 신발의 개발 속도가 느려지면서 기존의 라이프스타일 신발들은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2023년 중반이 되자 덩크와 같은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이를 대체할 신제품이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12월에는 나이키가 매출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도나호는 비용 절감 모드로 전환했다. 그는 비용 20억 달러를 절감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원 2%를 감원하기로 했다. 나이키의 전현직 임원 50명 이상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들은 직원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전해졌다.

 

 

 

나이키 직원들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6월 28일, 나이키가 최근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 회사는 1980년 상장 이후 최악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슈퍼스타 운동선수들과 각종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는 이제 자신감마저 잃고 주요 시장에서 경쟁력을 내주고 있었다. GQ마저도 나이키의 '쿨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Williams Trading LLC의 애널리스트인 샘 포저는 "나이키는 엉망이며, 우리가 가졌던 모든 자신감도 함께 꺼져버렸다"고 적었다. 그는 현재의 나이키 인재들이 7년 전 나이키의 인재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도나호의 경력은 Bain & Co.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곳에서 그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서부 지사를 이끌고 벤처 캐피탈 부서를 창설하는 등 급부상했다. 이 시기에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와 인연을 맺었고, 도나호는 곧 나이키의 신뢰할 수 있는 고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나이키는 도나호의 모회사인 베인의 고객사가 되었고, 베인의 컨설턴트들이 나이키 내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5년, 도나호는 eBay로 옮겨 CEO로 활동하며 수많은 인수합병을 주도했고, 특히 GSI Commerce Inc.를 24억 달러에 인수하여 eBay가 다른 닷컴 기업들과 달리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이후 PayPal 분사를 진행하면서 eBay를 떠났고, 이후 ServiceNow에서 CEO로 활동했다.

도나호는 나이키에 합류한 후 그의 실리콘밸리식 접근 방식으로 전자상거래와 자체 매장을 강화하려 했으나, 나이키의 기존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나이키는 마크 파커의 지도 아래 번창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MeToo 운동이 시작되면서 직원들은 나이키 내에 퍼진 남성 중심의 유해한 문화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직장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돌렸고, 이는 파커의 책상에 도착해 나이키가 성희롱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커는 본인이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었지만, 본사에서 전 직원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과했다. 결국 여러 임원들이 사퇴했고, 그중에는 파커의 후계자로 기대되었던 브랜드 사장 트레버 에드워즈도 포함되었다.

파커는 몇 년 동안 Nike.com의 매출을 증가시키고 제품을 더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해 노력했지만, 28% 성장을 이루고 연간 500억 달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도나호는 이사회와 팀 쿡의 추천을 받아 나이키의 새로운 CEO로 낙점되었고, 2020년 1월 나이키에 합류했다. 도나호는 파커의 디지털 비전을 확장해 나이키의 전자상거래와 자사 매장을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나호는 이후 많은 중소 리테일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이키의 제품을 자사 매장과 웹사이트에서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그 결과, 나이키의 매출은 급상승했으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매출은 약 25% 증가했다. 나이키는 더 이상 중개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판매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었고, 이 전략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2022년 가을, 나이키의 5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도나호가 필 나이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나호는 나이키 CEO로서 세계 최대 스니커즈 회사의 수장이 되었지만, 스니커즈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2022년 3월, 전 직원 회의에서 그는 나이키의 핵심 기술인 ZoomX 폼을 "줌 10"이라고 부르며 실수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직원들에게 당혹감을 주었다.

도나호가 고용될 당시 이사회는 그가 스니커즈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전 CEO인 마크 파커가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파커는 나이키 경영에 계속 깊이 관여하며 도나호와 매주 전략을 논의했고, 제품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디자이너들과 직접 소통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더불어 나이키가 스포츠 상품보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더 집중하면서, 제품 개발 부서는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나이키의 주요 공장이 문을 닫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도나호의 임명 이후 나이키는 여러 부서에서 인재 유출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 및 마켓플레이스 사장 엘리엇 힐과 COO 에릭 스프렁크가 도나호 취임 직후 회사를 떠났다. 이와 같은 인력 유출과 팬데믹으로 인한 개발 지연이 겹치면서, 나이키의 신발 디자인 부서도 침체를 겪었다. 

2023년 동안 나이키의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는 잘 팔렸지만, 새로운 제품 출시의 필요성은 낮았다. 그러나 2023년 후반에 들어 나이키의 성공 가도가 멈추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유럽과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수요 감소를 예고했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하락하고, 나이키의 성공적인 기록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도나호는 2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고, 여러 부서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감원 계획은 내부에서도 큰 불만을 일으켰으며, 직원들은 도나호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도나호는 파리 올림픽에서 이전 어떤 대회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필 나이트는 나이키 후원 선수들에게 "지금이야말로 당신들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나이키는 퐁피두 센터에서 예술 전시회를 열며 파리 시내 곳곳에 광고를 내걸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새로 나온 브레이크댄싱용 스니커즈 외에는 특별히 구매할 제품이 없었고, 나머지 신제품들은 2025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리건으로 돌아온 도나호는 소매점들과의 관계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DSW와 메이시스가 다시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풋락커의 새로운 CEO 메리 딜런도 도나호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나이키는 도매 파트너들에게 신제품을 선보이며, 이 제품들이 다시 성공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또한 도나호는 30년 경력의 나이키 베테랑 톰 페디를 복귀시켜 소매점들과의 관계를 재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빌 애크만의 투자 회사 퍼싱 스퀘어 홀딩스는 8월에 나이키에 2억 2,900만 달러의 지분을 취득했지만, 리더십 교체를 요구할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나이키 이사회는 여전히 필 나이트와 그의 아들 트래비스 나이트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은 도나호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표명했다.

한편, 도나호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전 나이키 마케팅 임원인 마시모 준코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3,000자에 달하는 글을 게시하며 도나호의 리더십을 비판했고, 분석가들은 도나호의 후임자로 하이디 오닐, 크레이그 윌리엄스, 그리고 심지어 마크 파커의 복귀 가능성까지 논의하고 있다.

나이키의 다음 리더는 회사의 명성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포틀랜드의 고급 러닝 체인점인 플리트 피트를 방문한 한 고객이 나이키 신발이 있는지 물었을 때, 점원은 "지금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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