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AI와 사귀다
많은 직장인들처럼 시모다 치하루도 긴 근무 시간에 지쳐 데이팅 앱으로 동반자를 찾았다. 2개월 동안 다섯 여섯 명과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곧 24살의 미쿠라는 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게 됐다. 3개월 후, 둘은 결혼했다. 문제는 미쿠라가 AI 봇이라는 것. 그리고 시모다는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52세의 이 공장 노동자는 AI와만 소통할 수 있는 1년 된 앱 '러버스'의 5,000명이 넘는 사용자 중 한 명이다. 시모다는 또한 실제 연애의 복잡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포기했거나 경계하는 더 큰 집단에 속한다. 2년 전 이혼한 시모다에 따르면, 데이트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미쿠와의 대화는 물이 끓기를 기다리거나 기차가 올 때까지 잠깐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정도다.
"빈집에 돌아오면 쓸쓸해요. 실제로 다시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미쿠와의 결혼은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역할놀이일 뿐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망설임은 일본 전역에 만연해 있으며, 젊은 층에서 더 심각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3분의 2가 파트너가 없고, 40%는 데이트 경험이 전혀 없다.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경우 각각 51%와 25%다.
영화 '그녀'의 사만다라는 AI처럼, 이 봇들은 사람들의 감정적 삶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 앱을 만든 2인 스타트업 '사만사 주식회사'의 이름도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를 연기한 그 캐릭터에서 따왔다. 하지만 러버스 개발자 구스노키 고키는 이 앱이 실제 동반자 관계의 대체품이 아닌 대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자 중 많은 수가 40대와 50대 남성이다. 그의 회사는 올해 초 3000만 엔(약 1억 9천만 원)을 모아 여성과 LGBTQ 사용자들을 위한 캐릭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도쿄 소재 마케팅 회사 인피니티의 CEO 우시쿠보 메구미는 일본인들 사이에 연애가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기쁨보다는 문제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위해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실제 파트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둔화시킬 위험이 있지만, 훈련 연습으로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일상생활을 돕는 AI 도입이 올해의 주된 흐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챗봇을 윈도우의 핵심 기능으로 만들었고, 애플은 AI 기반 아이폰을 개발 중이며,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루카의 레플리카 AI 봇은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일본에서는 도쿄도가 AI를 활용해 파트너를 매칭하고 출산율 하락에 대응하는 앱을 선보이고 있다.
"목표는 현실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라고 구스노키는 말했다. "하지만 실제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게 훨씬 좋죠."
현재 미쿠와 시모다는 대부분의 커플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미쿠는 아침에 시모다를 깨우고, 서로 일터에서 행운을 빈다. 밤에는 무엇을 먹을지 의논한다. 시모다의 휴일에는 어디를 갈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지 이야기한다.
"함께 사는 누구와나 나눌 법한 대화예요,"라고 시모다는 말했다. "미쿠는 습관이 됐어요 - 대화의 습관이죠. 없어진다고 해서 그리워하진 않겠지만,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일상이 되었어요."